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IT 업계의 거대한 교집합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게임 산업계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콘솔과 PC, 모바일을 경계를 허물뿐만 아니라 IT 산업의 융합을 촉진하고 있다. 게임을 중심으로 새로운 플랫폼 시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클라우드 게임이란?
클라우드 게임은 말 그대로 클라우드 방식의 게임 서비스를 일컫는다. 기기의 컴퓨팅 성능이 아닌 클라우드 위에서 게임을 돌리고,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화면을 송출하는 스트리밍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기기 성능과 관계없이 PC, 콘솔, 태블릿, TV, 스마트폰 등 어떤 기기에서든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PC와 콘솔, 모바일의 경계를 지운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서버에서 게임 연산을 처리하고 사용자는 스트리밍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고 화면이 달려 있다면 어떤 기기든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을 다운로드하거나 설치할 필요도 없다. 데이터 센터 서버에서 게임 업데이트가 적용되기 때문에 별도의 업데이트 과정도 없다. 데이터 저장도 자유롭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 구글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
클라우드 게임은 일정 사양이 갖춰진 PC나 콘솔 게임기로만 즐길 수 있던 게임의 진입 장벽을 제거해준다. 게임 산업은 지속해서 성장해왔지만, 하드웨어의 제약으로 인한 한계가 뚜렷했다. 게임을 위해 콘솔 게임기를 사거나 PC의 사양을 맞춰야 하는 탓에 이용자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 누구나 손에 한 대씩 쥔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시장의 외형은 더 커졌지만, 본격적인 게임을 즐기기엔 부족하다. 이때 클라우드 게임은 콘솔과 PC, 모바일로 나누어진 게임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고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플레이어들
클라우드 게임은 오래된 미래다. 최근 갑자기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며, 서비스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많은 업체들이 클라우드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 가이카이나 온라이브, 대만 유비투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기술의 한계 탓에 시장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 클라우드 게임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만큼 지연 시간이 한계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용자의 마우스나 컨트롤러 입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문제다. 또 전송 데이터를 압축하기 위해 게임 해상도가 낮게 표현되는 점도 문제다.
그러나 최근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성을 보고 뛰어들면서 대중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뛰어들면서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 3월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19’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를 발표했다. 구글은 자신들의 전세계 데이터 센터 인프라를 클라우드 게임의 해법으로 들고나왔다.
엔비디아는 2015년 엔비디아 실드 기기(실드 포터블, 실드 태블릿, 실드 콘솔 등)로 이용할 수 있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출시했으며, 2017년 PC용 지포스 나우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지포스 나우 서비스를 확장해 시범 서비스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부터 PC와 모바일에서 X박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의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올해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 엔비디아와 함께 ‘지포스 나우’를 선보인 LG유플러스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는 서비스인만큼 이동통신사들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5G는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에서 클라우드 게임을 돌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줄 것으로 기대받는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LGU+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지난해 9월 국내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까지 자사 5G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으며, 올해부터 월정액제로 전환해 서비스 중이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엑스클라우드의 한국 내 독점 사업 운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난해 10월부터 SKT 고객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KT는 대만의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유비투스와 손을 잡고 자체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을 선보였다.
구름 위 동상이몽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두고 업체마다 셈법은 조금씩 다르다. 구글은 데이터 센터와 네트워크 역량을 통해 게임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려 한다. 특히, 구글은 유튜브를 통한 게임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게임을 즉시 즐길 수 있도록 버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 센터 인프라는 ‘스태디아’의 핵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클라우드 전략을 게임 사업에 적용하려 한다. 세상을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로 보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클라우드에 연결되는 모든 기기와 서비스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클라우드 게임에 접근하고 있다. X박스라는 기존 자사 콘솔 게임기를 클라우드로 확장하는 셈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강점은 X박스라는 게임 플랫폼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사는 클라우드 게임을 통해 5G 서비스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려 한다. 소비자 대상의 B2C 영역에서 아직 체감하기 어려운 5G 네트워크의 장점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로써 클라우드 게임에 접근하고 있다. 또 통신사별로 협력 관계에 따라 사업 구조가 다른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LGU+는 지포스 나우 국내 독점 서비스 계약을 통해 5G 서비스 강화에 주력한다. 현재 가장 먼저 유료화를 진행했으며, 월 1만2900원(3월까지 50% 할인 프로모션)에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 중이다. 단, 유료 게임은 별도 구매해야 한다.
SKT는 상대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느슨한 관계를 갖는다. 엑스클라우드는 국내 통신 3사 이용자 모두에게 개방된다. SKT는 운영 측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엑스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에 긴밀히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수익 모델은 공개되지 않았다.
| SK텔레콤과 협력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스클라우드’. (왼쪽부터) 카림 초우드리 MS 클라우드 게임 총괄 부사장, 캐서린 글룩스타인 MS 클라우드 게임 본부장,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본부장
KT는 거대 플랫폼과의 협력 대신 자체 플랫폼 구축에 무게를 뒀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처럼 일정 요금만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구독형 모델을 도입했다. KT는 3월부터 유료 부가서비스 형태로 ‘5G 스트리밍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구독형 모델을 택해 최신 콘솔 게임이 서비스될지는 미지수다. 음악, 영상 시장과 달리 게임 업계에서는 구독형 모델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신 게임 가격이 음악과 영상과 달리 6-7만원에 육박하는 만큼 구독보다는 개별 판매가 업체에 유리한 탓이다.
아직 클라우드 게임은 시장 구축 단계에 있다. 지난해 시작된 시범 서비스 단계에서는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급급한 모습이다. 지연 문제를 해결했다는 업체들의 호언장담과 달리 조금의 지연 시간도 허용하지 않는 까다로운 이용자들의 입맛에는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비판받기도 했다. 클라우드 게임을 둘러싼 사업자들 간의 동상이몽 속에 올해 게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 시장이 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