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 사건 내막이 밝혀지길 바란다.”
‘군산 아내 성폭행·살해 사건’ 피고인이 항소심 법정에서 한 말이다.
3일 오전, A씨(53)의 살인 및 친족관계에의한강간 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 심리로 열렸다.
이날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폭행한 것은 아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재판은 예상과 달리 결심까지 이뤄졌다.
검사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말했다. A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반면 변호인은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범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지인에게 연락, 피해자를 구조하려고 노력한 점을 감안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1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소명할 기회가 부족했다. 1심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한 행위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하지만 항소심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내가 저지른 죄값만 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5월8일에 개최된다.
A씨는 지난 2018년 3월22일 오전,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주택에서 아내 B씨(63)를 무참히 폭행한 뒤, 같은 날 저녁 의식을 잃은 아내를 군산시 회현면의 한 농로에 버리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농로에 버려진 B씨는 결국 사망했다.
A씨의 폭행은 10시간 넘게 계속됐으며, 이 과정에서 B씨를 성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범행이 이뤄진 곳에는 B씨의 친언니(72)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손과 발이 묶인 상태로 A씨로부터 폭행까지 당해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다음날 오전 2시50분께 충남 서해안 고속도로 상행선 졸음 쉼터에서 A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A씨는 전자발찌를 훼손한 상태였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혼인신고 직후부터 외도를 의심하며 B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폭력적인 성향을 참지 못한 B씨는 결혼 후 한 달도 안 돼 도망치듯 나와 별거에 들어갔다. 이혼 요구를 하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1년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과 함께 20년 간 전자발찌부착 명령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에 선 A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또 흉기로 아내를 위협한 사실도 없고, 늑골이 3개 부러질 정도로 폭행한 사실도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증인들의 진술, 부검 결과, 폭행 정도 등을 감안, A씨가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최소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판단했다.
또 “계획적이고 수법이 잔인한 점,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사회와의 격리가 필요하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편, 이 사건은 피고인 A씨의 딸이 ‘아버지의 엄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출처 뉴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