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출발과 기항이 전면 중단된 크루즈선들이 부산에 기항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총 3척의 크루즈가 당초 예정에 없이 부산항에 들어왔다. 2월 중으로 3척이 추가 기항을 신청한 상태다. 입출항 허가 업무를 맡은 해양수산부는 예정에 없던 기항이라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금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현재 크루즈선에서 승객이 신종 코로나에 집단 감염되면서 비상이다.
7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3척의 크루즈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부두에 들어왔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국제 크루즈의 일정은 보통 1~2년 전부터 모두 짜여진다”며 “최근 부산항에 기항한 3척의 크루즈는 중국 입항이 금지되자 예정 없이 부산항에 기항했다”고 말했다.
3척 모두 크루즈 승객은 하선하지 않았다. 해수부 해양레저관광과 관계자는 “지난 6일 부산항에 기항한 크루즈는 승무원이 하선을 원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하선을 막았다”며 “생필품과 기름만 공급받은 채 부산항을 떠났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13일, 17일에도 예정에 없던 크루즈가 1척씩 부산항을 찾는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중국에 이어 대만 역시 입항이 금지되면서 부산으로 뱃머리를 돌린 크루즈”라며 “3척 모두 크루즈 승객이 하선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2월 중순부터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국제 크루즈선이다. 2월에 4척, 3월에 8척, 4월 22척 등이 들어올 예정이다. 크루즈 1척에는 적게는 1000여명, 많게는 4000여명까지 승객과 승무원이 타고 온다. 기항은 통상 항구에 들어와 몇 시간 내지 하루 정도 있다 떠나지만, 입항은 승객이 배에서 내리고 며칠간 체류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십 일을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승선하면 단기간에 대규모 전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3700여명을 태우고 일본 요코하마를 출항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서 7일 기준 61명이 감염됐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승객이 하선해 부산 시내 관광지와 쇼핑센터 등을 돌아다닐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의 고심은 깊다. 해수부 해양레저관광과 관계자는 “해양레저관광과에서는 입항을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며 “해수부를 비롯해 관계 부처가 모여 회의를 열고 오는 9일까지 입항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국제 크루즈의 입항을 허용할 경우 기존보다 강화된 검역을 거칠 예정이다. 크루즈가 입항하기 전 승객들의 건강 상태 증명서, 크루즈 의사 소견서, 중국 경유 여부, 이전 기항지 검역 정보를 확인하고 기침이나 발열 등 증상을 보이는 승객이 있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크루즈 입항 자체를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입항 허가가 떨어지면 검역본부 직원이 크루즈에 탑승해 유증상자와 중국 경유자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진행한다. 의심 환자는 하선을 불허하고 선박에 격리하기로 했다. 배에서 내린 승객들은 입국심사를 받는 터미널에서 발열 체크를 해 유증상자를 가려낼 예정이다. 3단계에 걸친 방역망을 운영할 계획이다. 해수부 해양레저관광과 관계자는 “검역 기준과 방역이 강화되자 일부 선사는 자체적으로 입항을 취소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제 크루즈의 입항을 허용하더라도 방역을 완벽히 해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